크로스핏(CrossFit)에 입문하거나 관심을 가지게 되면, ‘WOD(Workout of the Day)’라는 개념을 반드시 접하게 됩니다. 크로스핏 박스(Box)나 크로스핏 공식 홈페이지에서 매일 제시하는 운동 프로그램인 WOD는, 다양한 기능적 움직임을 높은 강도로 수행하도록 설계되어 있죠. 이 WOD에는 여러 가지 종류와 이름이 있는데, 특히 ‘걸즈 네임(Girls Name)’, ‘히어로(Hero)’, ‘벤치마크(Benchmark)’ WOD가 자주 언급됩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고, 각각 어떤 의미와 특징을 갖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1. 크로스핏 WOD의 기본 이해
(1) WOD란?
Workout of the Day의 약자로, 말 그대로 그날그날 특정한 운동(프로그램)을 수행하도록 제시하는 것이 크로스핏의 핵심 구성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월요일 WOD: 12분 AMRAP(As Many Rounds As Possible) — 5 풀업(Pull-up), 10 푸시업(Push-up), 15 에어 스쿼트(Air Squat)” 같은 식으로 짜여집니다.
WOD는 일정 기간에 걸쳐 전신의 다양한 근육, 에너지 시스템(무산소·유산소), 모빌리티(가동성) 등을 고루 발전시키도록 주기적으로 구성됩니다.
(2) 목적과 특징
기능적 움직임(Function Movement)의 실현
크로스핏은 일상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기능적 동작(Functional Movement)’을 짧고 강도 높게 수행함으로써 전반적인 피트니스 수준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둡니다.
짧은 시간 고효율
대표적인 크로스핏 WOD는 보통 5~20분 내외로 매우 짧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안에 전신을 자극하는 운동이 밀도 높게 배치됩니다.
기록과 경쟁
WOD를 통해 자기 기록(시간, 반복 횟수, 무게 등)을 관리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과거의 자신과 비교함으로써 성취감과 동기부여를 얻는 문화가 있습니다.
2. 걸즈 네임 WOD (Girl WOD)
(1) 걸즈 네임이란?
‘걸즈 네임’(Girls Name)은 크로스핏 창시자 그렉 글래스먼(Greg Glassman)이 특정 WOD에 여자 이름을 부여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The Girls”**라고 불리며, 한글로는 ‘소녀들 WOD’ 정도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예) 프랜(Fran), 헬렌(Helen), 낸시(Nancy), 애니(Annie), 다이앤(Diane), 린다(Linda) 등.
그렉 글래스먼은 허리케인이나 태풍에 주로 여성의 이름이 붙듯이, 이 WOD들도 ‘수행 후 한바탕 휩쓸리고 난 뒤의 충격’을 빗대어 여자의 이름을 붙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 예시와 특징
(a) Fran
구성: 스러스터(Thruster) 21-15-9회 + 풀업(Pull-up) 21-15-9회
첫 라운드에 스러스터 21회, 풀업 21회
두 번째 라운드 스러스터 15회, 풀업 15회
세 번째 라운드 스러스터 9회, 풀업 9회
기록: 가능한 한 빠른 시간(For Time)
중량: 남성 기준 95lb(약 43kg), 여성 기준 65lb(약 29kg) 등이 권장
특징: 고강도의 대표적 크로스핏 WOD이며, 전신 지구력과 폐활량을 극도로 시험합니다. 운동 시간이 5분 이내에 끝나기도 할 만큼 짧고 강렬합니다.
(b) Helen
구성: 400m 달리기 → 스윙(Kettlebell Swing) 21회 → 풀업 12회, 총 3라운드
기록: For Time(최대한 빠른 시간)
특징: 달리기와 케틀벨 스윙, 풀업을 빠른 템포로 반복해 심폐 지구력과 근력·근지구력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c) Nancy
구성: 400m 달리기 → 오버헤드 스쿼트(Overhead Squat) 15회, 총 5라운드
기록: For Time
특징: 뛰면서 하체와 전신 안정성이 요구되는 오버헤드 스쿼트를 혼합. 어깨·코어·발목 유연성이 부족하면 난도가 크게 상승합니다.
이 외에도 다이앤(Diane), 애니(Annie), 린다(Linda) 등 다양한 여자 이름의 WOD가 존재하며, 각각 특유의 패턴으로 전신의 서로 다른 측면을 테스트합니다.
(3) 걸즈 네임 WOD의 의미
표준화된 테스트 툴: 걸즈 네임 WOD는 전 세계 크로스핏 박스에서 통일된 형태로 수행되고, 기록이 공유됩니다. 즉, 자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기 좋은 지표가 되죠.
난이도와 기술적 다양성: 스러스터, 풀업, 오버헤드 스쿼트 등 다양한 역도·체조 동작이 배합되어, 한 번의 WOD로 여러 측면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내 공통 언어: “Fran 했어?” “Helen 몇 분 나왔어?”처럼 크로스핏터들끼리는 걸즈 네임 WOD만 말해도 서로의 고통과 성취감을 바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3. 히어로 WOD (Hero WOD)
(1) 히어로 WOD의 기원
히어로 WOD는 군인, 소방관, 경찰관 등 직무 수행 중 목숨을 잃은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기념성 WOD입니다. 크로스핏 본사에서는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자, 특정 인물의 이름을 WOD에 붙이고 그 특성을 반영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합니다.
예) 머피(Murph), J.T, 마이클(Michael), 매튜(Matthew) 등
특히 미국에서 크로스핏이 시작되다 보니, 군인과 경찰 관련 히어로 WOD가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점차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자국의 순직 요원을 기리는 히어로 WOD도 생기기도 했습니다.
(2) 대표 예시: Murph
구성: 1마일(약 1.6km) 달리기 → 풀업 100회 → 푸시업 200회 → 에어 스쿼트 300회 → 다시 1마일 달리기
기록: For Time
장비: 보통 20파운드(약 9kg) 무게 조끼(Weighted Vest)를 착용하기도 함
배경: 해군 특수 부대 네이비 실(Navy SEAL) 소속이었던 ‘마이클 P. 머피 중위’의 이름을 딴 WOD로, 그가 전사하기 전까지 보여준 용기와 헌신에 대한 존경을 표현합니다.
(3) 히어로 WOD의 특징
긴 시간과 높은 난이도: 걸즈 네임 WOD에 비해 운동 시간이 더 길고, 동작 반복량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는 그 영웅들의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추모와 헌신: 단순히 기록 경쟁을 넘어서, 크로스핏 커뮤니티는 히어로 WOD를 수행하면서 해당 인물과 그 유가족에 대한 존경과 애도를 표합니다.
연대와 힘든 여정: 히어로 WOD는 아주 힘들기로 유명하지만, 이를 함께 완주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이 강화되고, 스스로도 “내가 이만큼 강해질 수 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벤치마크 WOD와 PR(개인 기록) 관리
(1) 벤치마크(또는 걸즈 네임) WOD의 역할
크로스핏에서 말하는 ‘벤치마크 WOD’는, 주로 걸즈 네임 WOD나 일부 대표 히어로 WOD를 포함한 범주를 가리킵니다. 즉, 이를 통해 본인의 퍼포먼스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측정할 수 있는 시험(테스트) 같은 개념이죠.
예) “오늘 Fran 테스트를 하겠다!” → 과거보다 더 빠른 시간에 끝냈는가? 풀업을 Rx(규정된 원형)대로 잘 수행했는가?
벤치마크 WOD는 전 세계 공통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커뮤니티 내에서 기록을 공유하기 쉽습니다. 자기 박스(Box)뿐 아니라 해외 크로스핏터들의 기록까지 비교할 수 있으니 동기 부여가 크게 됩니다.
(2) PR(Personal Record)과 자기 성장
PR 의미: 개인 최고의 기록(퍼스널 레코드)을 줄인 말로, 예를 들어 “내 Fran 최고 기록이 5분 30초다”라고 말하면, 이 시간이 그 사람의 개인 최고 성적임을 의미합니다.
기록 관리: 크로스핏 박스의 화이트보드나 노트, 앱 등을 활용해 수시로 기록을 적어 두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 같은 WOD를 반복하여 비교합니다.
성장의 지표: 동일한 WOD를 할 때, 시간이 줄었다거나 Rx 무게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거나, 혹은 스케일링 없이 정식 동작을 완수했다면, 이는 곧 체력과 기술이 향상됐다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5. 걸즈·히어로·벤치마크 WOD 수행 시 주의사항
개인 수준에 맞는 스케일링(Scaling)
걸즈 WOD나 히어로 WOD는 무게나 반복 횟수가 상당히 높아서, 초보자가 처음부터 Rx(규정된 원형)로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Fran에서 바벨 중량을 낮추거나, 풀업 대신 점핑 풀업 등을 활용해 본인 수준에 맞춰 수행하는 것이 부상 예방과 지속가능한 훈련에 중요합니다.
충분한 워밍업
스러스터·스내치·오버헤드 스쿼트 같은 역도 동작이 포함된 경우, 어깨·고관절·무릎 등에 충분한 동적 스트레칭과 가벼운 워밍업이 필수입니다.
히어로 WOD처럼 반복 횟수가 많은 경우도, 관절과 근육을 사전에 준비해 두어야 부상의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호흡·페이스 조절
걸즈 네임 WOD는 짧고 강렬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전력으로 달렸다가 중간에 지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히어로 WOD는 길고 반복량이 커서, 초반부터 무리하면 후반부에 크게 페이스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신만의 리듬을 찾고, 중간중간 호흡을 고르며 꾸준히 진행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안전 장비와 코치 지도
무릎 보호대나 손목 보호대, 웨이트 벨트 등은 본인의 기량과 운동 형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부상을 줄여줍니다.
코치나 트레이너가 있다면, 동작 수행 과정을 체크하고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초보자라면 더더욱 중요합니다.
6. 크로스핏 커뮤니티와 WOD 문화
(1) 화이트보드 문화
대부분의 크로스핏 박스(Box)에는 큰 화이트보드가 있어, 그날의 WOD 내용을 적고, 회원들의 기록(시간, 무게, 반복 횟수 등)을 표시합니다.
동기 부여: 다른 사람의 기록을 보면서 자극을 받고, 서로 응원하거나 팁을 주고받습니다.
투명성과 공유: 모든 기록이 공개되기 때문에, 허위나 과장보다는 정직한 피드백 문화가 자리 잡기도 합니다.
(2) 시그니처 이벤트와 기념 WOD
“Fran Friday”: 어떤 박스에서는 금요일마다 프랜(Fran)을 돌려, 회원들이 주기적으로 자기 기록을 갱신하도록 독려합니다.
“Murph on Memorial Day”: 미국에서는 메모리얼 데이(현충일 격)에 “머피(Murph)”를 수행해 전몰 장병을 기리는 전통이 널리 퍼져 있죠.
이런 이벤트를 통해 크로스핏 커뮤니티는 단순한 운동 모임을 넘어, 기억과 기념, 연대의 의미까지 공유합니다.
7. 효과적인 벤치마크 WOD 도전 및 기록 갱신 전략
주기적인 테스트
걸즈 네임이나 히어로 WOD를 매주 수행하기보다는, 4~8주 간격 등 일정 주기를 두고 재도전하는 편이 몸의 회복과 기술 향상도에 좋습니다.
중간에는 보조 운동, 기술 훈련, 유산소·근력 프로그램을 조합해 기량을 끌어올린 뒤, ‘테스트 주간’에 집중해서 기록을 도전해 보세요.
약점 보완
예를 들어, ‘Fran’에서 풀업이 약하다면 풀업 전문 보조 운동(밴드 풀업, 보조 기구, 등 근력 강화)을 평소에 추가로 훈련합니다.
‘Helen’에서 달리기 구간이 취약하다면, 인터벌 러닝을 통해 심폐 능력을 조금씩 끌어올리는 식으로 접근하면 기록 향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영양·휴식 관리
고강도 운동은 근육의 회복과 에너지 재충전이 필수입니다. 단백질 섭취와 충분한 수면, 스트레칭, 마사지 등 회복 전략을 잘 세워야 다음 테스트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멘털 트레이닝
‘걸즈 네임’ WOD나 ‘히어로’ WOD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든 구간이 있습니다.
목표 페이스를 미리 생각해 두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할 수 있다”라는 피드백을 주거나, 라운드별로 구간을 나누어 ‘작은 승리’를 쌓아가는 방식을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8. 결론: 크로스핏 WOD, 그 이상의 의미
걸즈 네임, 히어로, 그리고 벤치마크 WOD 전반은 단순히 “힘든 운동 몇 가지를 묶어 놓았다”를 넘어, 크로스핏의 역사, 문화, 커뮤니티 정신이 깃들어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걸즈 네임: 짧고 강렬한 대표성 있는 WOD들로, 전 세계 크로스핏터가 공감하고 자신의 성장 정도를 측정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히어로 WOD: 순직자·영웅을 기리며, 운동 이상의 헌신과 존경을 표현합니다. 동시에 그 운동의 난이도와 상징성으로 인해, 크로스핏 공동체가 더욱 단결하고 서로 응원하는 계기가 됩니다.
벤치마크: 기록을 통해 스스로의 발전을 확인하고, 장기적인 훈련 목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돕는 지표 역할을 합니다.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이 여기까지 대중화되기까지, 이처럼 다양한 WOD가 공통 플랫폼을 만들고, 전 세계 곳곳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를 연결해 준 것이 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각 박스에서 진행하는 “오늘의 WOD”가 비록 짧은 시간 안에 끝나더라도, 그 안에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전 세계 크로스핏터들의 땀과 열정이 응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크로스핏 WOD는 단순 운동 프로그램을 넘어, 나 자신을 시험하고, 어제보다 한 발 더 나아간 기록을 만들며, 동시에 공동체와 소통하는 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걸즈 네임으로 처음 열심히 기록을 갱신해 보고, 히어로 WOD로 뜻깊은 추모와 단결을 경험하며, 벤치마크 WOD를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꾸준히 확인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크로스핏 정신을 체감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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